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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논점] 2018-07호 _ 디지털 전환과 진보의 대응
작성자 민중당조회수 858등록일 2018.02.12


[현안해설] 디지털 전환과 진보의 대응


컴퓨터와 인터넷의 도입으로 시작된 정보혁명이, 2010년 전후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무선통신, 블록체인 기술들과 결합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등이 상호 연결되는 초연결의 시대가 도래 하고, 지능화된 사물은 스스로 인식·제어가 가능하여 자율화된 자동화시스템이 작동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되어 산업의 서비스화를 가져오고,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되어 온 디맨드 경제’, ‘O2O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포괄해서 여기서는 디지털화 또는 디지털 전환으로 호명한다.

 

디지털화는 산업의 변화(제조, 의료, 금융, 물류, 유통 등)를 넘어서 교육, 문화, 행정, 정치, 교통, 예술, 복지, 지자체 등 사회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금융산업에서는 비대면 거래의 확대로 2017년 한국 시티은행은 전체 126개의 점포 중 70%를 폐쇄하고 정규직 조합원 800명을 콜센터로 전환 배치하였고, 기존 콜센터의 도급 비정규직 500명을 계약해지하였다. 이에 연봉 1억 수준의 숙련노동자가 연봉 2천만 원 받는 비정규직의 단순 업무를 수행하게 되어, 탈 숙련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다음으로 제조업에서는 인공지능 음성인식의 도입으로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 모든 기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있다. 20181월 전기차 판매량(주문포함)2만대를 넘어, 2017년 한 해 판매량(13826)을 넘어섰고, 산업부와 국토부는 2020년 고속도로 주행을 목표로 화성에 자율주행 실험도시를 준공하였다. 미래자동차는 내연기관차의 엔진, 변속기를 제거하고 작업공수를 줄이므로, 심각한 고용문제를 야기한다.

폭스바겐의 경우 디젤차 배기가스 스캔들 이후, 전기차를 주력 차종으로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2025년까지 전기차를 총 생산량 20~25%(200~300만대)의 비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3만 명의 감축이 예상되고 이중 독일에서는 23,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인데, IT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9,000개 창출되므로 총 일자리 감소는 독일 내 폭스바겐 노동자의 12%에 해당하는 14,000개이다. 여기서 노사는 미래협약을 맺었다. 2025년까지 경영상의 해고는 없고, ‘자연감소’(배이비붐 세대 퇴직), ‘고령자 파트타임 제도 활용’(임금보전/조기퇴직), ‘재교육과 전환배치등을 통해 일자리 감소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기술은 모듈단위로 노동을 파편화시킬 수 있어 대리운전’, ‘퀵서비스’, ‘홈서비스’, ‘컴퓨터 수리기사’, ‘크라우드워크등 플랫폼노동이 확산되어, ‘상시고용, 8시간노동이라는 표준노동을 해체시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기업은 중개역할로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으나 사용자로서의 의무가 없으므로, 사회보장비, 최저임금, 퇴직금 등을 지불하지 않는다. 플랫폼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어떠한 권리도, 법의 보호도 부여받지 못하고 불안정노동에 방치되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기술을 통한 감시도 확대되고 있다. 출퇴근용으로 얼굴인식, 지문인식이 도입되고 모든 작업공정과 이동경로가 실시간 체크되어 인사고과 등으로 사용되기 쉽고,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침해받을 수 있다.

 

급격한 기술변화로 10년 전에 배운 기술은 이미 무의미해졌고, 데이터 가공이나 로봇 작동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 간에 기술격차와 임금격차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평생교육시스템으로 기술교육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한편 국내 종합병원 8개가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하였는데, IBM의 인공지능이 한국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길병원의 경우 환자 생체정보를 단말기를 통해 미국 본사로 보내면, 거기서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암 초기라든지 결과를 알려준다. 문제는 한국의 귀중한 의료 데이터들을 플랫폼을 장악한 IBM이 공짜로 수집하면서 연 10억 원으로 접속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종속과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국내 검색포탈 80%를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는 광고료 기준으로 업체들의 검색 순위를 결정하여 시장조작 우려가 존재하며, 나아가 정치관련 여론조작 의혹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주의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에서 디지털화 관련 여러 제도들을 정비하고 있다. 디지털기반 산업기본법,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4차 산업혁명 대비 신산업 창출과 산업혁신 지원법안, 지적재산권 관련 제도 개선, 금융규제 관련 제도 개선등이 제·개정되고 있으나 대부분 규제혁파에 관한 내용이고 노동권 보호나 사회안전망의 확대, 디지털 민주주의의 확대 등의 내용은 취약하다.

 

새로운 기술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벌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

디지털화가 미치는 영향이 워낙 광범위하므로 어느 부분까지가 관련 대상이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이다. 실제 4차 산업혁명 전문가로 행사하는 사람들도 각자가 다루는 영역과 강조하는 부분, 제시하는 전략과제 등이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독일의 성공사례만을 가져와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원하청 불공정거래와 재벌의 독과점이 구조화된 한국의 생태계에서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창조와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용인하는 문화’, ‘작업자들의 자발적인 혁신 제안’, ‘중소기업들의 자유로운 실험과 자금지원 등 사회시스템’, ‘새로운 기술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직계열화로 상명하달식 납품관계를 가진 한국에서는 이를 용인하지 못한다.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 생산이 중심이며, 소품종 대량생산의 전통제조업에 기반하고, 노동배제적 기술혁신(무인자동화와 비정규직 투입)을 추구하는 공룡과 같은 한국의 재벌체제는 디지털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디지털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다. 기술혁신이 최종 목표인양 오도하고 있는 보수언론들의 기술결정론은 정답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참여 없는 자본 일방적인 기술혁신은 이윤 위주의 또 다른 불평등한 세계화를 가져올 뿐이다.

 

낡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늘 새롭고 창의적인 의제를 개발하며, 그 시대 민중들에게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진보정당 고유의 임무이다.

 

따라서 당면한 디지털 전환이, 소수의 이익과 독점을 강화하여 다수를 억압·감시하고, 노동의 파편화를 통해 불안정성을 확대하며, 디지털 기술을 악용한 선진국이 다른 국가를 차별하는 것 등에 반대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정규 노동의 해체’, ‘소득의 양극화 확대’, ‘프레카리아트의 출현등 디지털화의 그늘을 제거하고, 이윤 만능 자본주의 한계를 넘어 협력적 공유사회를 지양하여 사람중심, 노동중심 디지털화를 실행하며, 디지털화의 핵심과제로 소득분배와 민주주의를 제기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디지털경제에 대한 개입력을 높여 디지털시대의 주역인 청년들과 소통하며, 투명하고 공개적인 데이터 관리와 디지털 차별해소 등 디지털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디지털화에 대한 우선적인 대정부 요구는, 공정한 전환과 소득분배 그리고 민주주의를 논의하기 위한 노동조합·정부·기업·학계 등 이해당사자가 참가하는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현재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산업계 위주로 구성되어 기술과 창업, 규제혁파 등 협소한 의제만을 다루고 있다. 이는 고용, 노동조건, 작업환경, 소득분배, 사회안전망, 교육훈련, 디지털 민주주의 등 디지털 전환에서 발생하는 핵심의제들을 다룰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디지털 전환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등 이해당사자들의 참여 없는 디지털 혁신은 기술적 신자유주의를 가져올 뿐이다.

 

현재 노동조합은 현안 문제와 조합주의 운동에 머물러 있어, 당장 디지털 전환으로 고용과 노동조건에 변화가 발생하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렵다. 미래전략과 산업민주주의 등에 개입할 수 있는 정책 역량도 부족하다.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는 인권, 사회안전망, 디지털 민주주의 등에 관련 부문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만 산업과 경제 민주화 등에 대한 총체적인 대응은 취약하다.

 

이에 진보정당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다. 디지털화는, 진보정당 고유의 의제인 자주통일’, ‘비정규직 문제해결’, ‘재벌개혁등과 같은 위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디지털화는 산업과 경제, 노동형태, 소득분배, 민주주의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초래하는 거대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플랫폼노동 등 비정규직 문제와도 연결되며 애플, 구글 등 ICT 다국적기업들의 플랫폼 독과점, 조세회피 등 자주권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이에 자본과 정부의 일방적인 4차산업혁명 사업 추진에 대해, 민중당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디지털화의 목적’, ‘추진 방향’, ‘대응 기조’, ‘관련 영역과 범주등의 설정 및 해석 그리고 내부 교육과 선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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