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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논점] 2019-13호 _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작성자 민중당조회수 281등록일 2019.04.14


 


 

 

지난 며칠 사이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남, 북, 미 3국의 중요한 정치적 행보가 이어졌다.

 

한미 양국 정상은 지난 4월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임기 시작 후 7번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오랜 시간을 두고 준비해 온 것이 아니라 한국측의 요구로 굉장히 짧은 시간에 급하게 정해진 것이다. 때문에 정상회담 개최 발표시부터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양자 현안뿐 아니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고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와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주요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은 비슷한 시기인 지난 4월 9일 조선로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시작으로 10일 조선로동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 그리고 연이어 11일부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시작했다. 북한 역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번 정치행사들을 예고하면서 향후 정국 운영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 온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북한의 연이은 정치행사들이 진행되면서 한국발, 미국발, 그리고 북한발 메세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주요한 의미들에 대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미 정상회담이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국내외 언론들을 통해 여러 평가와 의견들이 제출되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4.11 한미 정상회담을 “왜 갔는지 모를 정도의 정체불명의 뜬 구름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측은 적어도 세 가지 정도의 의미 있는 내용을 합의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첫째, 한반도 문제의 해결방식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인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고 이후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오면서 북미 관계가 작년 6월 12일 이전으로 돌아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측이 하노이에서 북한에 제시한 협상안은 모든걸 포기하라는 리비아식 해법으로 되돌아 간 상황으로 파악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 정상은 다시 한 번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접근방식을 확인한 것이다. 

 

둘째, 대화를 통한 접근방식에서 기존의 탑다운 방식을 고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워싱턴 방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전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실장, 펜스 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을 지척에서 보좌하는 실세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외교적 관례상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과정에서 보여 지듯이 볼턴을 비롯한 강경파들의 득세에 제동을 건다는 의미에서 한미 정상이 탑다운 방식의 고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미국과 해외 각 국에 북미 대화 재개의 이슈를 각인시켰다. 사실 미국 국내에서 한반도 문제는 최우선시 되는 정치적 이슈가 아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시에도 CNN을 비롯한 다수의 주요 방송에서는 정상회담이 아닌 코언 청문회를 생중계 할 정도였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반(反)트럼프 진영의 미국 주요 언론과 해외 언론에 한미 정상이 만나 북미 대화의 재개를 논의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존재 한다는 것을 각인 시킨 것이다. 

 

물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가시적인 무엇인가를 도출해 내는 것에는 실패 했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직접 당사자 없이 한미 양국이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데 공개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를 내오는것 자체가 이미 어불성설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재개의 가능성과 동력을 살리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판단하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나름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의 행보이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 언론발표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환영할 만한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북한의 의사를 확인해서 본인에게 알려 달라는 얘기를 했다. 언론발표문에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개 메세지가 전달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메세지를 가지고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여 북한의 반응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국 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 그것은 북미 사이에서 메세지를 전달하는 중재자의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 역시 메세지를 전달하는 중재자 역할의 남한을 달가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한미 정상회담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북한 정치행사의 주요 내용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4월 12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둘째날 회의 자리에서 <현 단계에서의 사회주의 건설과 공화국 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47분 가량의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이는 1990년 김일성 주석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장문의 시정연설의 구성은 매년 1월 1일 진행해 온 신년사와 유사하다. 즉 대내적인 내용과 대외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대내적으로 자주, 자립,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연설문에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노선을 튼튼히 틀어쥐고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해 나갈 때 우리는 남들이 가늠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힘으로 놀라운 발전상승의 길을 내달리게 될 것입니다”라고 언급하면서 인민 경제의 자립성과 각 부분별 집중 분야를 강조했다. 즉 외세의 제재와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안정적인 국가발전을 이뤄내자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둘째, 남북관계에서의 민족자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 관계로 전환 시키고 온 겨레가 한결같이 소원하는대로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둡니다”라고 하면서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을 바란다면 판문점상봉과 9월 평양상봉 때의 초심으로 되돌아와 북남선언의 성실한 이행으로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언급하면서 “남조선 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셋째, 북미 관계 개선의 원칙과 시한을 명확히 규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진정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하는 데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한 계기로 되었습니다”라고 하면서 “미국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으며,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되어 있었으며, 그러한 궁리로는 백번, 천번 우리와 다시 마주 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며 저들의 잇속을 하나도 챙길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언급 하면서 미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또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 불만을표시하면서 “쌍방의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언급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의 의사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무슨 제재해제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피력하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미국과의 대화를 할 용의는 있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기준으로 대화를 진행해야 할 것이며, 제재 해제 때문에 대화 자체에 매달리거나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계는 올해 말에 그 운명이 다시 결정된다. 올해 말, 미국은 대선체계로의 전환이 시작되고, 한국은 총선국면으로 접어 들게 된다. 연말 한미 양국의 정치 이벤트에서 한반도 평화는 핵심 키워드로 부각될 것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다.

 

당장 내일을 시작으로 한반도 문제 핵심 당사자들의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 한반도 문제에서 <중재자>, <촉진자>는 없다. 모두가 당사자의 입장으로 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매진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정부가 갈 길은 매우 명확하다. 그리고 이는 불과 1년 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이미 약속한 길이다. 작년 이날, 이 뜻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면 연말 이전에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제1조 1항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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