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 로고

정책·공약 민중당의 정책과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책·공약

[정책과 논점] 2019-16호 _ <노동기본권 보호의 빈틈, 4인이하 사업장>
작성자 민중당조회수 253등록일 2019.05.07


 

 

현안해설

노동기본권 보호의 빈틈, ‘4인 이하 사업장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상시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하는 것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래 전부 적용 사업장을 확대해왔고,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과 사용자의 법 준수능력 간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적용제외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적용제외 조항이 합헌이라는 1999년의 판단에 이은 두 번째 결정이다

 

이번 헌재 결정의 쟁점은 적용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한 것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사항을 국회가 만드는 법률이 아닌 행정부의 시행령에 따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12항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에 대해 이석태 재판관과 김기영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아무런 위임의 기준도 없이, 그리고 위임의 내용도 근로관계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일반법인 근로기준법 개개 법률조항의 적용 여부를, 하위 규범인 대통령령에 전적으로 맡겨 행정부로 하여금 결정하게"한 것은 "입법례를 통틀어 굉장히 이례적"이며 "행정부에 의한 월권을 허용"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다수의견은 4인 이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논리에 이를 수 있다며, 1999년 합헌 결정보다 후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따라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호라는 과제는 또다시 뒤로 미뤄지게 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의 '4인 이하 사업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4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임금노동자는 3587천명이다. 이들의 평균 임금은 월 138만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 257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 중 유급휴가가 주어지는 이는 23.9%(전체는 60.2%), 초과근로수당을 받는 이는 15.0%(전체 47.3%). 근로기준법의 적용제외 조항 때문에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유급휴가나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와 20대가 20% 가량이고, 성별로는 여성이 56.3%로 나타났다. 여성과 청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서울지역 여성 비정규직 노동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종사자가 26.1%로 가장 높았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 5인 중 4명이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 비율은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높은데, 1~4인의 경우 47.9%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여성은 5인 미만 사업장에 36.1%로 가장 높은 비율로 분포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마찌꼬바'나 소규모 IT업계, 출판업계, 프랜차이즈 가맹점처럼 4인 이하 사업장이 많은 직종도 있다. 여성과 청년, 특정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상당수가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모든 사회적 위험을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배제를 정당화하는 논거로는 해당 사업장의 지급능력과 근로감독 행정력의 한계 등이 있다. 1999년 헌재 결정이 여기에 입각해 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퇴직금이나 산재가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 지금 근로기준법만 유독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적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볼 이유는 없다. 감독 능력 부족을 이유로 드는 것은 국가의 책임 방기에 대한 합리화일 뿐이다국제노동기구의 협약 등 국제기준이나 헌법상의 평등권 보장 등에 비춰볼 때도 사업 또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조건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처럼 사업장의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적용범위를 설정하고 있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근로기준법 제1조는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장 규모를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돼야 마땅하다.

먼저 상시 종사자 인원을 계산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시 종사자 인원을 계산할 때 파견이 제외된다. 사용자들의 편법운용이 가능한 조항이다. ‘상시 4명 이하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노동자를 파견으로 사용하는 길을 열어두거나 조장하기 때문이다. 파견노동자는 사용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하는 사람이므로 상시 종사자 인원에 포함돼야 한다

야간 연장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연차휴가도 보장돼야 한다.  야간근로 등에 대한 가산임금은 노동자의 줄어든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사용자의 초과근로 지시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이라고 해서 노동자들의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연차휴가 또한 일정 기간 동안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휴식이므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돼야 한다.

4명 이하 사업장이라고 해도 부당해고는 금지해야 한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를 신청할 권리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굳이 사업장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면,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조정하는 정도의 보완책이면 충분하다.

여성과 소년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보호 조항도 모든 사업장에 적용돼야 한다. 생리휴가는 여성노동자의 건강보호와 관련한 것으로 중요성이 크고, 4명 이하 사업장이라고 하여 노동자에게 생리휴가가 불필요할 만큼 가벼운 노동이라는 등의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차별을 둘 이유가 적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 금지 조항도 적용받지 못하고,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절차도 이용할 수 없다. 이 예외규정도 삭제해야 한다.

 

부단한 노력으로 노동기본권의 보호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일정한 진전을 이뤘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4명 이하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배제돼 왔다. 똑같은 처지인데 단지 사업장 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노동기본권의 최저선을 정하는 근로기준법만큼은 사업장 규모를 따지지 않고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1 2 3 4 5 6
1 / 6
민중연합당 로고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67길 11 한국잡지협회 빌딩 5층T. 02.6933.0012 | F. 02.6442.8441 | E. theminjungparty@gmail.com Copyright © 2017 민중당.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