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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논점] 2019-21호 _ <한반도, 잃어버린 기회들(Missed Opportunities)>
작성자 민중당조회수 199등록일 2019.06.07



 

1. 615위원회, 심양 실무접촉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6.15공동위원회 실무회담이 심양에서 열리게 되자 일부에서는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북이 정부급 대화는 닫아도 민간급 대화는 살려두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식량지원과 개성공단기업인 방북은 열어두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경색국면은 일시적 소강상태이며 문재인정부의 우회 전략으로 돌파 가능하다는 인식이다.

 

그 기대는 실무회담 당일 북이 철수를 통보하면서 산산 조각이 났다, 20006.15이후 당일 철수 통보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북이 사태를 엄중히 보고 있다는 징표이다. 북이 밝힌 대로라면 남측의 일부 단체와 언론은 북의 의도를 심각히 왜곡했다. 일부 단체(민화협)는 심양회의를 통해 식량지원과 개성공단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심지어 광역지자체 공무원까지 대동하는 소동도 벌였다. 북의 정세인식과 대외전략에 대한 완전한 무지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벌어지는 사태는 현 정세가 일시적 소강국면이 아니라 근본적 교착국면이란 점이다. 이 국면을 타개하려면 미국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와야하며 남측은 중재자 역할이 아닌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북의 주장을 돌아봐야 한다. 북은 여의도식 문법이나 미국식 계산법과 달리,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험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북은 심양접촉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의아심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론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줬다. 4.27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민족 자주의 정신 아래 양 정상이 합의한 것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군사분야 합의 불이행은 차치하고서라도 지난 해에 연결하기로 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에 대해 착공식만 한 채 실제 착공은 하지 않았다. 아울러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에 대한 일체의 진전도 없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유엔안보리 결의 때문에 제재 해제 전까지 불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대량현금(bulk cash)거래, 합작사업을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유엔안보리 결의가 북한 관광 그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있으며, 관광대금을 북에 지불하는 것도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촉구할 뿐이다).

 

이는 안보리 결의를 재강조하거나 촉구하는 것으로 정치적 구속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의 상징이자 4.27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 이는 한국 정부의 자주적 결정권에 속한다. 하지만 미봉책만 들이밀며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6.15위원회 심양실무접촉은 이를 확인한 것 뿐이다.

 

2. 독자성을 상실한 문재인정부

 

2018년 김정은위원장 신년사 이후 전격적으로 재개된 남북관계와 현재 정체된 남북관계 국면까지를 총적으로 평가하면,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의 독자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남북 평화공존 노선은 있으나, 통일은 고사하고 합의된 4.27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평화조항준수 의지도 매우 박약함을 드러냈다.

 

역사적 대전환의 시기에 한국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정부는 대북정책의 대미종속성과 독자적 정치영향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4.27선언 합의준수 의지는 미국의 한미워킹그룹에 의한 4.27선언 합의이행 속도조절에 맥을 못추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주권국가가 아닌 종속국가처럼 행동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운전자론은 커녕 트럼프의 드론에 불과해 보인다.

 

실제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교류개재와 상호번영을 위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적 내용은 평화의 보장이다. 이는 상호 불가침과 적대적 침략훈련 중지, 상호 군사적 긴장 완화조치와 점진적 군비축소 관한 내용이 중심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침략전쟁연습은 재개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동맹-19훈련3월의 동맹19-1’8월의 동맹19-2’로 명칭을 바꾸고 규모를 축소해 방어훈련으로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북의 조선중앙통신은 방어가 아닌 침략전쟁연습으로, 일부 연구자들은 방어와 반격이 아닌 처음부터 선제전술핵타격과 동해안상륙작전을 하는 공격연습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이 훈련에는 미국해병 제3원정군이 참여함으로써 공격적 성격은 분명해졌다. 해병대는 방어부대가 아닌 공격부대인 탓이다.

 

이뿐 아니라 미 전략사령부가 실시하는 핵 준비태세 훈련인 글로벌썬더에 한국군이 참가했으며, 하와이 주둔 미 해병대 항공기 14대가 한반도로 출동하기도 했다. 공군은 최첨단 스텔스전투기 F-35A 60대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와 첨단지상감시정찰기 조인트 스타즈구입 시도 등 전략자산 무기 도입에도 나섰다. 북은 4.27선언 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처럼 남측의 독자적 4.27실현 합의이행 실행의지가 박약하며, 남북 당국간 새로운 합의와 약속이 무의미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 방남이나 남북미 3자 동시 정상회담은 가능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인도주의적 식량지원은 본질을 한참 벗어난 제안이다. 북이 이를 받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3. 잃어버린 기회들(Missed Opportunities)

 

북미간의 대결사를 반추해 볼 때 베트남전쟁을 전례로 들 수 있다. 미국은 이 전쟁에서 사상 처음으로 완전한 패배를 당했다. 그것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핵보유국과 신생독립국의 대결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양국은 국교 정상화 직후, 전쟁 당사자(국방부와 외교부, 안보담당자, 전문가)들이 모인 적과의 대화1997년 하노이에서 열고 전쟁을 피할 수 없었는가를 돌아봤다.

 

정책결정권자들이 상대의 의지와 목적을 제대로 파악했는가? 전쟁을 피할 길은 없었는가? 확전의 결정적 원인은 무엇이었나? 비밀 평화협상은 왜 실패했는가?’를 두고 당시 전쟁에 참여한 직접 당사자들이 서로를 향해 궁금한 점을 묻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잃어버린 기회들(Missed Opportunities)이란 말로 요약되었다.

 

북미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미국은 하노이 회담을 잃어버렸다. 북은 다시는 그와 같은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란 것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재완화를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 버려, 이제 남은 것이라곤 관계개선과 평화체제, 비핵화만 남게 되었다. 사실상 제재완화라는 경제적 지렛대가 사라진 이상 미국은 관계개선과 평화체제라는 지름길로 곧바로 직행해야 하는 난처한 처지가 되었다. 그것도 올해 연 말까지의 시한에 걸렸다.

 

북이 자강으로 제재를 넘고 핵전략국가의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상, 내년 초에 전개될 북미 관계는 예측 불허이다. 북한은 내년에 미국과의 전략적 대결을 개시하기 전에 이미 예비적 대결을 시작했다. 얼마 전 화성-14호로 추론되는 순항전술핵미사일이 실전 배치된 후 연이어 발사되었다. 더 무엇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2017년 괌 주변 전략미사일 사격 경고와 태평양 상공에서의 수소폭탄 시험은 살아있는 선택지이다.

 

미국은 국제 분쟁에 군사 개입을 개시하는 조건으로 다음 네 가지를 갖고 있다. 목적의 명시 유효성 한정성 국민의 지지이다. 이는 클린턴 정권이 무력개입을 행할 때 늘 고려하는 조건이었다. 의 한정성은 베트남전의 실패 경험에서 나왔다. 목적의 명시와 한정성의 문제는 이라크와 아프칸 전쟁에 논란 끝에 재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위 네 가지를 고려할 때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베트남, 이란, 이라크 등과 달리 북은 핵전략국가이며, --러 핵전략 공조를 취하고 있는 때문이다. 미국은 전쟁을 결코 선택할 수 없다. 북미간의 전쟁은 국제 분쟁이 아니라, 태평양 전쟁이며 향후 국제패권을 가를 세계대전이 된다. 이에 북의 김정은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은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다시는 전쟁을 걸어올 수 없다는 것이 오늘 날의 북미관계이다.

 

전쟁은 미국 내 군산복합체를 대표하는 강경한 볼턴 안보보좌관의 언술과 달리 함부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승리를 확신할 수 없으며 수렁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전쟁교리와 전쟁 경험은 미국 정책결정권자들에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은 전쟁 없이 비동맹중립화된 한반도에서 정치경제사회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군사를 제외한)

 

그렇다면 북미 관계에서 미국이 결과적으로 취할 방향은 하나 뿐이다. 대화를 통해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관계 개선을 하며 그 신뢰의 결과로 비핵화를 하는 것이다. 속도와 폭은 다르겠지만 이 방향 이외에는 길이 없다. 그 길만이 잃어버린 기회를 다시 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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